핵잠수함 특별법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한미원자력협정입니다
국방부가 핵추진잠수함을 들여오고 운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입법예고하며 연내 제정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실제 관건은 국회 통과 속도가 아니라 우라늄 농축을 제한해온 한미원자력협정과의 조율에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국방부가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지난 7월 말의 일입니다.
법안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핵잠 도입 사업을 추진할 법적 근거와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업이 핵무기 개발과 무관하다는 점을 조문으로 못박은 것입니다. 국방 관련 법안에 비확산 원칙이 이렇게 명시적으로 들어간 건 처음입니다.
국방부는 올해 안에 이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입법예고 절차는 통상 40일 안팎의 의견 수렴을 거치고, 이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국회 제출과 상임위·본회의 처리까지 남은 절차가 많습니다.
왜 지금 이 얘기가 나오나
핵잠 도입론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등장했다 사라지길 반복한 오래된 의제입니다. 이번에 갑자기 속도가 붙은 배경에는 지난해 여름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이 있습니다.
2025년 8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잠 건조를 우호적으로 언급하면서,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 활용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정치적 승인이 먼저 나오고, 그걸 뒷받침할 국내 법 체계가 뒤따라가는 순서인 셈입니다.
문제는 한국이 1974년 맺은 한미원자력협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이 협정은 2015년 개정을 거쳐 2016년부터 지금의 틀로 시행되고 있는데,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제약을 둡니다. 잠수함용 핵연료를 어디서, 얼마나 농축된 형태로 들여올지는 이 협정과 별도로 미국과 다시 합의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먼저 겪은 나라가 호주입니다. 오커스 협정으로 핵추진잠수함을 들여오기로 한 호주도, 핵확산금지조약 비보유국이 군사용으로 핵물질을 쓰되 무기화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IAEA와 별도로 협의해야 했습니다. 한국의 이번 특별법도 같은 문턱을 국내법 차원에서 먼저 넘어보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숫자로 보면
법안 자체보다 그 뒤에 걸린 비용과 기간을 따져보면 연내 제정이라는 시한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집니다.
- 한미원자력협정은 1974년 체결됐고, 2015년 개정 후 2016년부터 현재 틀로 발효 중입니다
- 재래식 잠수함인 도산안창호급 1척의 건조비는 약 1조원 안팎으로 파악됩니다
- 핵추진잠수함 예상 건조비는 업계에서 재래식 잠수함의 2배에서 3배 이상으로 추정합니다. 정확한 사업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특별법이 입법예고부터 공포까지 가는 데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최근 5년간 국방 관련 특별법 중 입법예고 반년 안에 국회 문턱까지 넘은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예산 편성 주기와 맞물리는 법안일수록 국회 일정에 쫓기기 마련이라, 연내 제정이 물리적으로 빠듯한 목표라는 뜻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지점
핵잠이라는 단어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핵잠수함은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이 아닙니다. 핵연료로 추진력을 얻을 뿐이고, 탑재하는 무기는 기존 재래식 어뢰나 미사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번 사업과 별개로 핵확산금지조약상 비핵보유국 지위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둘째, 특별법이 올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서 잠수함이 곧 나오는 게 아닙니다. 법은 사업을 추진할 근거와 조직을 만드는 단계일 뿐이고, 설계부터 건조, 시험운항까지 통상 10년 가까이 걸립니다. 실전 배치를 이야기하려면 2030년대 중후반은 봐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나에게 닿는 지점
당장 세금이나 물가에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닙니다. 다만 조선업 관련 투자자라면 눈여겨볼 대목이 있어요.
잠수함 건조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두 회사가 경쟁하는 구도입니다. 사업 규모가 조 단위인 만큼, 향후 몇 년간 두 회사의 수주 실적과 관련 협력업체 일감에 직접 영향을 줄 사안입니다. 거제와 울산 지역 고용 지표를 함께 보면 체감이 더 뚜렷합니다.
국방 예산을 내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사업비 총액과 재원 조달 방식이 어떻게 확정되는지가 실질적인 관심사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 법안 조문에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와의 권한 분담처럼 공개되지 않은 세부 내용도 남아 있습니다.
지금 확인할 것은 국회 통과 여부보다 한미 간 원자력 협력 재협상이 어디까지 진척됐는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핵추진잠수함은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인가요?
아닙니다. 핵연료는 잠수함을 움직이는 동력원으로만 쓰이고, 실제로 싣는 무기는 기존 재래식 어뢰나 미사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번 사업과 무관하게 핵확산금지조약상 비핵보유국 지위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특별법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잠수함은 언제쯤 실전 배치되나요?
법 통과는 사업을 추진할 근거와 조직을 마련하는 첫 단계에 불과합니다. 설계와 건조, 시험운항까지 통상 10년 안팎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실전 배치 시점은 2030년대 중후반 이후로 봐야 한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미원자력협정이 있는데 어떻게 핵연료를 들여올 수 있나요?
1974년 체결되고 2015년 개정된 이 협정은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제한하지만, 잠수함용 핵연료 공급은 협정 폐기 없이 미국과 별도 합의를 맺는 방식으로 풀릴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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